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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per's Bazaar 4월호 천우희 인터뷰






ONE FINE DAY



이윤기 감독의 새로운 영화 <어느날>의 남과 여.

배우가 가진 가장 귀한 재능은 

결국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두 배우, 

김남길과 천우희의 어느 멋진 날.





Q. 혹시 어제 명동예술극장에 다녀왔나? 그저께 나도 비슷한 각도의 자리에서 같은 작품을 봐서 인스타그램에 올린 커튼콜 사진이 너무 익숙했다.(웃음)

- 맞다어제 극장에 다녀왔다

  이혜영 선배님이 연기하는 메디아가 너무 궁금해서 조기 예매를 했다

  <메디아> 10년 전쯤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는데, 느낌이 새로웠다

  중간에 신이 바뀌면서 메디아가 검정색에서 빨간 드레스로 갈아입고 등장했을 때 객석에서 탄성이 쏟아지더라. 너무 강렬했다.



Q. 고등학교 시절에 연극반을 했다고 들었다.

- 그 시기엔 고민이 많았다. 심지어 나의 존재조차도.(웃음

  어떤 것에도 재미를 잘 못 느끼다가 연극반에서 처음으로 연기를 해봤는데 

  주변에서 곧잘 한다고 칭찬해주고 상도 받으니까 흥미가 생겼다

  사실 자그마한 고등학교 연극반에서 연기를 해봤자 얼마나 잘했겠나?(웃음

  그래도 무대 올라가기 직전엔 심장이 터질 듯이 뛰다가도 조명이 하고 켜지면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어느 순간 몰입되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Q. 갑자기 천직이란 단어가 떠오른다.(웃음) <손님>에서 같이 호흡을 맞췄던 류승룡 배우도 우희 씨를 두고 기력이 없어 보이다가도 촬영만 시작되면 사람이 확 바뀐다고 했던데, 뭔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소문에 따르면 평소에는 신생아처럼 집에 가만히 있는다고?

- 그건 내 나름의 생존 방법이다.(웃음

  다른 배우들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열심히 보고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기도 하던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그만한 기력이 없는 것 같다

  실제로도 몸이 허약한 편이다. 추위도 심각하게 많이 탄다

  심지어 이번 영화를 초여름에 찍었는데 니트를 입어도 덥지가 않았다

  집에서 여름에도 추위를 느껴서 내복 비슷한 걸 껴입을 때도 있다.(웃음

  평소에 이런 포즈로(소파 위에 살포시 눕는 시늉을 하며) 집에서 가만히 있으면서 힘을 응축해뒀다가 

  그걸 연기할 때 한꺼번에 분출하는 것 같다.



Q. 평소에 꾸준히 하는 운동이 있나?

- 필라테스를 하고 있는데 재활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허리가 좀 안 좋다. 예전에 <써니>에서 격투 신을 찍다가 꼬리뼈를 살짝 다쳤다

  무리하면 거기가 쿡쿡 쑤시고 몸도 전체적으로 살짝 틀어진 느낌이 들어서 운동을 시작했다.



Q. 천우희 앞에 하드보일드 필모그래피를 가진 배우라는 수식어를 괜히 붙이는게 아닌 것 같다. 사실 <곡성>이야말로 온 몸을 던져서 연기한 작품 아니었나? 나는 그 영화를 보다 중간에 나가고 싶었을 정도로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나홍진 감독이 장소 헌팅 당시에 무속인들과 동행하여 땅의 기운을 일일이 살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서 고래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나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그런 기운을 느꼈다

  이거 귀신 들린 시나리오 아닌가라고 생각했을 정도로.(웃음

  감독님에게 (갑자기 너스레를 떠는 시늉을 하며) “이 영화 정도면 당연히 칸 가죠.”라고 장난스럽게 말했었다.

 


Q. 가장 최근에 극장에서 본 영화는 뭔가?

- <컨택트>를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 재미있게 봐서 연출을 누가 했나 이름을 찾아봤더니 드니 빌뇌브 감독 영화였다

  와, 진짜 이 사람은 사람의 심장을 너덜너덜하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구나 생각했다

  감독의 전작인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도 극장에서 보고 정말로 어깨에 담 드는 줄 알았다.(웃음

  어깨가 뻐근해질 정도의 그 긴장감이 너무 좋아서 짐에서 두어 번 더 봤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스스로에 대해 깨달았다

  아무리 즐겁고 말랑말랑한 작품이 하고 싶다고 생각해도 결국 내 취향은 이쪽이구나!(웃음)





Q. 얼마 전에 팬미팅을 했다고 들었다. 팬들이 만든 내 배우라서 고마우희라는 플래카드가 너무 스위트하더라.

- 여자분들이 저를 유난히 좋아해준다. 팬도 여성 비율이 훨씬 높다.



Q. 동안 쌓아온 필모그래피가 영향을 미친 걸까? <써니> <카트> <해어화> 처럼 여성 캐릭터 간의 케미스트리가 두드러지는 작품을 선택하기도 했고. 이런 영화 <어느날>도 포스터만 봤을 때 멜로물이라고 짐작했는데 시놉시스를 읽어보니 아니더라.

- 뭐라고 정의하기 쉽지 않은 영화다

  지금까지 해봤던 그 어떤 작품보다도 가장 어려웠달까

  내가 맡은 미소라는 여자는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살다가 사고로 인해 식물인간 상태가 된다

  그런데 어느날 그녀가 강수(김남길 역)에게만 보이는 설정이다. 판타지적인 이야기다

  ‘미소라는 여자와 그녀의 영혼을 1 2역으로 연기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으로 연기해야 했던 장면들이 있어서 기술적인 부분에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Q. 매 작품마다 넘어야 하는 산이 참 많아 보인다. <해어화>에서는 당대 최고의 가수였던 이난영도 한눈에 반하게 만든 목소리를 가진 서연희를 연기하지 않았었나? 고운 한복을 입고서 몸을 살랑살랑 움직이며 봄날의 꿈을 부르던 신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 본가가 이천인데 가족들이 음주가무를 굉장히 좋아해서 집에 노래방 기계가 있을 정도다.(웃음

  서울 생활을 하면서부터는 그때만큼 노래를 자주 부르지는 못했다

  1940년대 유행했던 창법에 맞게 노래를 부르려고 촬영 시작하기 전에 4개월 정도 노래를 따로 배웠다.



Q. 영화 사운드트랙 중 하나인 조선의 마음은 직접 작사를 했는데 꼭 본인이 해야했던 이유가 있었나?

- 그 노래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걸로 인해 세 사람의 운명이 다 바뀌지 않나

  그런데 처음엔 그런 감정이 잘 와 닿지 않아서 감독님께 가사를 직접 써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해주셨다.



Q. 연기에 있어서 만큼은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편인가?

- 사실 그것에 대해 스트레스가 좀 많은 편이었다

  누군가에게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걸 되게 싫어한다

  근데 요즘 드는 생각은 배우라는 사람들 자체가 완성된 모습일 수가 없다

  아무리 좋은 작품을 만나서 최고의 연기를 한다고 해도 그게 완벽하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조금 부족하게 연기했지만 연출이나 다른 부분의 도움을 받아서 최고의 연기가 나올 수 있는 거다

  미완성이라는 것에 대해 받아들이게 되면서부터 마음이 조금 더 여유로워졌다.



Q.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당시에는 몸을 바르르 떨 정도로 왜 그렇게 많이 울었나?

- 당시엔 내가 그렇게 많이 울었는지도 몰랐다

  원래 큰 무대에서 떠는 편이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객석에 앉아 있다가 내 이름이 호명돼서 너무 놀랐던 것 같다

  정작 집에 와서는 일기를 쓰면서 그날 밤에 느낀 감정을 차분히 정리하고서 평온하게 잠들었다

  그때 받았던 상은 나에게 너무 적절한 타이밍이었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아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가장 알맞은 속도로 나가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Q. 천우희라는 이름의 뜻은 무엇인가?

- 원래 우주 에 계집 를 썼다

  어린 시절부터 우희란 이름은 좋지만 계집 자가 굉장히 맘에 들지 않아 한자를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20대 중반에 옥돌 에 아름다울 로 뜻을 바꿨다

  성에 대한 어떤 틀을 규정 짓는 게 너무 싫었다

  ‘여자니까’ ‘여자라서이런 표현에 불만이 좀 많다

  <곡성> 촬영 당시에 산기슭에서 보호대 없이 구르고 넘어지는 신을 다 찍고 숙소로 돌아와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다

  멍 정도가 아니라 나중에 피부가 거멓게 착색됐을 정도로 심하게 다쳐서 살이 스치기만 해도 아렸다

  사실 연기할 때는 아픔 줄도 몰랐다

  뼈가 부러진 건 아니었으니까 약만 먹고 그냥 버텼다

  다 같이 고생한 건데 여배우라서 약하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Q. 직접 만나보니까 야무지고 톡 쏘지만 어딘가에 작은 구멍이 숭숭 있어서 매력있게 느껴졌던 웹드라마 <출중한 여자>의 모습이 실제 모습과 가장 비슷한 것 같다. 평소에 어떤 남자에게 끌림을 느끼나?

- 재미있는 남자가 좋다

  뒤틀림의 미학을 아는 사람이랄까

  굉장히 힘들고 짜증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도 그 사이를 비집고 유머를 던질 수 있는 여유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

  어디선가 스치듯이 본 건데 자기와 가장 잘 맞는 배우자를 찾고 싶으면 영화관에 가서 웃음 코드와 눈물 코드를 보면 된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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